국립극장 페스티벌 트래디셔널 교겐 (2010) :: 2010/09/04 02:44



영화 '음양사'에서 아베노 세이메이 역을 맡으셨던 노무라 만사이님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보고 왔습니다.

사실 오늘 가기전까지도 교겐이라는 일본의 전통극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모른채 갔었는데요.
공연도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무엇보다 공연 후 만사이님이 설명을 잘 해주셔서 이래저래 마음에 쏙 드는 공연이었습니다.

극은 총 3개로 '보시바리' '카와카미' '쿠사비라' 였습니다.

'보시바리'는 주인이 집을 비울때마다 하인 둘이 술을 몰래몰래 훔쳐먹는다는것을 주인이 알게됩니다.
그래서 산 넘어 먼 동네로 갈 일이 생긴 주인이 하인 두명을 불러 한 명은 봉 수련을 하고 있다는것을 이용해 봉을 이용해 양 손을 묶어버리고, 다른 한 명은 자신에게서 눈을 잠깐 뗀 사이 밧줄로 몸을 묶어버립니다.
그렇게 두 하인이 술을 못 먹게 만들어버린다음 주인은 안심하고 산 넘어 동네로 출타를 합니다.
하지만 술을 못 먹으니, 술 냄새라도 맡아보자.. 라는 마음에 술 창고에 간 두 하인은 이런저런 재치를 발휘하여 결국 술에 만취한 상태로 술 창고에서 주인에게 발각이 되고 만다는 내용이예요.
봉 수련을 한다고 이곳저곳 찔러보는 시범 장면도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무엇보다 술을 먹기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궁리하는 장면이 '보시바리'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주인의 표정도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놀란 표정. 떨떠름한 표정. 술에 잔뜩 취해 있는 두 하인을 부리부리한 눈으로 쳐다보는 표정등.. 하인도 하인이었지만 만만치않은 포스를 발휘하신 주인역에게도 박수를 드리고 싶어요. (만사이님은 봉에 묶인 하인으로 나왔답니다.)

'카와카미'는 십년 전 불의의 사고로 눈이 멀어버린 한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사내는 산에 있는 신에게 자신의 눈을 고쳐달래고자 산행을 떠납니다. 그 산에 도착한 사내는 자신과 같이 신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이 들고 말지요. 그렇게 잠이 든 사내는 꿈에서 신이 나와 자신의 아내와 결혼을 하였기때문에 눈이 멀어지게 된 것이라면서 눈을 고쳐줄터이니 아내와는 헤어지라는 말을 합니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사내는 자신의 눈이 다시 보이게 됨을 알고는 즐겁게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당신과 살았기때문에 내 눈이 멀어졌던것이다. 그러니 다시 눈이 보이지않는 상황을 벌어지지않도록 당신과 헤어져야겠다 라는 말을 아내에게 합니다. 하지만 무슨 그런 신이 있느냐. 부부의 연을 갈라놓는 신은 들어본 적이 없다. 헤어질 수 없다. 설마하니 눈을 고쳐주었는데 다시 눈을 멀게 하겠느냐! 라는 말을 하고, 사내는 그 말에 (박력에) 밀려 아내와 함께 집에 갑니다. 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남자는 다시 눈이 멀게 되고, 눈이 고쳐졌다고 좋아하며 지팡이를 버린것을 후회하면서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 극에서는 노무라 만사쿠님이 나오셨는데요. 정말.. 뭐랄까 동작 하나하나가 대단했습니다.
굉장히 불편한 자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극이 진행되는 40분동안 흐트러짐이 없는 그 기백과 동작만으로도 충분히 멋있는 극이었고, 초반과 후반에 아내가 나오는것 말고는 오로지 혼자 극을 진행해나가셨는데 지루함이 없이 딱딱 끊을때는 끊어주고, 포인트를 잡아주는 모습에 반했어요!
여담으로 '카와카미'에서는 완전히 곱등이 노인으로 나오는데 커튼콜에서 키가 무지 크셔서 놀랐습니다. 반듯하게 등을 펴신 모습이 상상이 안 갈정도로 정말 곱등이 노인의 모습을 극에서 봤거든요. 감동.. (>_<)

'쿠사비라'는 집안에 너무 큰 버섯이 자라 걱정인 집 주인이 용하다는 수도승을 데리고 집에 가서 없애달라고 합니다. 그냥 버섯일거라 생각했던 수도승은 사람처럼 생긴 버섯을 보고 놀라지만, 자신의 비법으로 버섯을 없앤다고 하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지요. 하지만 이게 왠걸. 버섯이 없어지기는 커녕 하나씩 하나씩 더 생겨나는 겁니다.. 집 주인은 수도승에게 더 늘어났으니 이게 무슨 일이냐! 어서 없애달라! 라고 타박하지만, 수도승은 원래 더 나오려고 했던 버섯들일 것이다. 이만큼 나왔으니 아마 더 안 나올것이다. 바로 없애겠다. 라고 하면서 주문을 외웁니다. 하지만 없어지기는 커녕 계속계속 늘어나고. 결국 공주버섯에 독버섯까지 등장하여 수도승과 집주인을 내쫓는 내용입니다. 버섯의 승리랄까요..;
다채로운 버섯의 향연에 취해서.. 아니.. 정말 귀여웠거든요.. 버섯이.. 그 종종거리면서 돌아다닌다던가. 집주인에게 장난친다던가.. 버섯버섯버섯버섯버섯.... (머엉)
수도승으로 열연하신 만사이님의 모습도 좋았지만, 버섯이.. 정말 잊을 수 없더라구요.. 버섯중에서도 특히나 검정 버섯. 초반부터 나와서 웃음포인트를 주는 반면 다른 버섯에 비해 정말 몸짓 하나하나에 흐트러짐이 없는 정갈한 버섯이었습니다.. (나 아까부터 버섯만..;) 마지막에 나오는 독버섯은 흡사 가부키에 나오는 사자형상같은 느낌이어서 순간 가부쿠몬이 생각났었어요..;; 널 잡아먹겠다.. 라는 귀여운 대사에 폭소.. 아놔.. 버섯이!!! 하면서 말이죠.. 어찌나 귀엽던지.. (>_<) 이시다 유키오님이 맡으셨던 주인도 무척 귀여우셨어요. 버섯을 퇴치한다고 수도승과 함께 슈퍼마리오 놀이를 하시는 모습이 어찌나 아기자기하시던지.. 장난치는 버섯에게 머리에 꿀밤 한대..
이래저래 정말 머리속에 많이 남는 극이었습니다. (버섯버섯버섯버섯..)

오후에 했던 워크샵도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참여하지못했던게 천추의 한이예요.. (ㅜㅜ)
그래도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는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좀 난감한 질문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정말 알고 싶었던 몇몇 질문들이 나와서 너무 좋았어요.. 질문하신 분들 원츄~ 다만 아쉬웠던건 통역사분이었는데요.
뭐랄까.. 제가 들을 수 있을정도로 만사이님께서 또박또박 대답을 해주셨는데, 그걸 100% 다 통역을 못하시더라구요. 뭐.. 대답이 길었던 점도 통역에 문제가 되었겠지만서도.. 나중에는 분라쿠를 교겐의 일종으로 통역하시질 않나.. 너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서 제가 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질문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일본어가 가능하신 분들이었던게 다행이랄까.. 통역사가 관람객들한테 통역을 되물어보는 웃지못할 상황도..;;
아무튼 이래저래 좀 난감한 상황도 많았지만, 공연 후 좀 더 많은 걸 알게되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노무라 만사이님의 상큼 미소가 정말 눈이 부셔서 말이죠.. 좋습니다.. 좋아요!! (+_+)
이왕이면 노무라 만사쿠님과 같이 투샷을 찍고 싶었는데, 그게 조금 아쉽더라구요..;

모르고 본 공연이었지만 정말 여러가지를 알게 해주었고, 다음에 꼭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었습니다.
왜 토요일에 하는 표를 미리 예약하지 못했을까.. 라면서 제 자신을 타박하고.. (ㅜㅜ)
아. 참고로 무대가 상당히 높을거라 예상했는데, 1열만 아니라면 2열부터는 볼만하겠더라구요. 만사이님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 라고 외치면서 얼마나 눈물을 쏟았던지!! 하지만 제가 앉은 6열도 참 좋았습니다.. 눈이 마주칠 수 있어!! 라면서 환호를 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만사이님을 쳐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딱 중간이라서 저는 그저 부끄부끄했을뿐이고..!! 이 공연만으로 한 달동안 야근을 버틸 수 있을거 같아요!! (>_<)

정말 일본의 전통공연이 왜 아직까지도 명맥을 이어가고, 유명한건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많이 어렵지도 않고, 해학적이며 무거운 소재임에도 전혀 무거움이 느껴지지않는 무게감과 코믹함이 잘 어우러진 극이었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생겨서 볼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2010/09/04 02:44 2010/09/0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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