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 코지) 시튼 탐정 동물기 :: 2010/06/06 23:03

시튼 탐정 동물기 - 10점
야나기 코지 지음, 박현미 옮김/루비박스

'소세키선생의 사건일지'를 쓴 야나기 코지의 파스티슈기법 제 2탄입니다.
파스티슈기법이라는걸 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는데요. 파스티슈기법이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미지나 소설등 여러매체를 자신의 방식으로 새로 쓰는 기법인데, 유명한 작품을 꼽는다면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의 수많은 파스티슈책들이겠죠. 제가 읽었던것중에 가장 유명한 파스티슈기법의 책이라면 단연코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나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정도랄까요..
이 작가의 전작인 '소세키선생의 사건일지' 또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파스티슈기법으로 새로 만든 책입니다. 그 책에 이어 이 책도 '시튼동물기'로 유명한 어니스트 시튼을 기본으로 하여 거기에 약간 탐정+미스테리라는 맛소금을 친 알콩달콩한 탐정물이예요.

이야기는 신문사에서 일하는 '나'가 어니스트 시튼을 취재하러 가는 부분부터 시작합니다.
취재하는 와중 책에 대한 에피소드를 물어보다가 동물이 관련된 살인사건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총 7편의 단편으로 각기 다른 동물들과 시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던것입니다.

어느 한 지방에서 일어난 늑대와 관련된 사건인 '카람포의 악마'
반짝거리는것을 좋아하는 까마귀와 관련된 '실버스팟'
고양이와 같이 살았던 다람쥐와 관련된 '숲 속의 다람쥐'
골칫덩이 소와 맨날 생선만을 먹던 닭이 관련된 '외양간 밀실과 메기 조'
귀하디 귀한 혈통의 고양이가 관련된 '로얄 아날로스탄 실종사건'
시튼씨만 주장하는 미국의 상징으로 어울린다는 동물과 관련된 '세 명의 비서관'
크고 아름다운(?) 곰과 관련된 '곰의 왕 잭'

사실 탐정 동물기라는 제목이 붙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살인사건이라던가 그런 크나큰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몰살. 유혈낭자.. 뭐 이런건 이 책과 전혀 어울리지않는 수식어지요.
오히려 가벼워서 코지미스테리보다 더 가벼울 정도로 술술 읽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다정다감한 미스테리입니다. 게다가 유명하신 시튼선생님이 나와서 손주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듯이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미스테리라서 그럴까요. 이렇게 한 권으로 시튼선생님의 이야기를 끝내기에는 너무 적다고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숲 속의 다람쥐'였습니다. 아.. 사실 '실버스팟'도 무척 재미있었어요.
'실버스팟'은 다른 미스테리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트릭이 나와서 더 반가웠던 단편이었습니다. 흔히.. 라는 말은 조금 안 어울릴려나.. 아무튼 동물을 이용한 트릭이라면 단연코! 라는 말이 나오는 그런 트릭이었죠. 이 단편에 나오는 범인은 너무 얼빵한 나머지 뒷수습을 못한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숲 속의 다람쥐'의 경우는 딱히 다른 트릭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엔딩이 나와서 놀랐던 경우입니다.
대략 '내가 생각 못할 엔딩을 내다니.. 훗.. 졌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 사실 아무 생각없이 읽어서 패배를 한 경우이긴합니다만.. 그래도 진건 진거니까.. 아니 사실 모든 미스테리소설에서 맨날 패배합니다만 그런 사소한 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죠.

이런 파스티슈소설만으로도 시튼선생님이 동물에 가졌던 열정을 느낄 수 있는데. 모티브가 된 책인 '시튼동물기'는 이보다 더한 시튼선생님의 열정을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이런 파스티슈책들의 단점은 모티브가 된 사람 또는 책을 꼭 찾아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인거 같아요.. 제가 한동안 콜린 퍼스에게 미쳐있었던것처럼요.. (아.. 이건 좀 다른가..;) 뭐니뭐니해도 다아시경은 콜린 퍼스죠!! (쿨럭)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만. 아무튼 이 책으로 인해 제 서점 장바구니에는 '시튼동물기'가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아직 읽을 책들이 산더미같은데 여기서 더 늘어나면 정말 파산인데 말이예요..;

솔직히 '소세키선생의 사건일지'는 재미있군.. 이라는 수식어로만 끝났었는데 이 책은 은근 제 취향에 딱 맞아서 그런지 책을 다 읽고도 한 동안 손에서 떼지 못했습니다. 물론 전혀 취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튼선생님이 제 미노년라인에 딱 맞아떨어진것도 있고.. '그 이야기를 꼭 들려주십시오!'라고 기자수첩을 들고 덤벼드는 소설속의 나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는 소소한 이유도 있습니다만. 자칫하면 너무 무겁거나 진지해질 수 있는 파스티슈장르중에서. 특히 파스티슈미스테리물에서 이처럼 아주 가볍지도 않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와서 기쁜 마음때문에 더더욱 손에서 떼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속편이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원체 한권만을 생각하셨던건지 엔딩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주시더군요.. 원망스럽습니다.. 작가님.. (ㅜㅜ)

작가분의 프로필을 보니 굉장히 많은 책들이 있는데 국내에는 딱 두 권밖에 없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습니다.
작가의 다른 책도 많이 나와서. 언젠가 이 작가분 책에 대해 다른분들과 많은 잡담을 나눠보고 싶더군요.

책 뒷 표지에 있는것처럼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시튼선생님의 두뇌게임까지는 아니지만. 읽으면서 시튼선생님의 무한한 동물사랑과 아기자기한 미스테리를 즐기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차여차 이 책과 함께 '소세키선생의 사건일지'도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_<)

2010/06/06 23:03 2010/06/0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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