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가나에) 고백 :: 2009/11/18 12:43

고백 - 8점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이번 후반기에 '1Q84'와 함께 가장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반기에 나온다라고 했다가 후반기로 미루어져서 더더욱 궁금증을 부가시켰던 책이기도 하죠.

저도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바로 읽어보았는데요. 글쎄요.. 너무 기대를 한 탓인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책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확실히 너무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인데 이 책이 딱 그런 타입입니다.
(예외라면 교고쿠 나츠히코와 다카무라 가오루여사의 책...;;)

이 책은 소년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년범죄하면 딱 떠오르는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과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
조금 더 넓은 안목으로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호숫가 살인사건'도 포함 할 수 있겠지요. 더 넓게보면 '백야행'도 포함가능하구요.
소년범죄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남은 가족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법입니다. '고백'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만, 다른것은 피해자 가족의 시점에서 시작하여, 가해자 가족의 시점, 가해자의 시점, 가해자와 피해자를 둘 다 알고있는 전혀 다른 구경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것이죠.

저는 이 책을 읽고 무척 불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소재도, 이야기를 진행하는 매끄러움도 불만을 가질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불쾌하다고 느꼈을까요.
그건 너무나 판에 박힌 인물들의 모습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이지만 선생님의 역할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의 행동. 자기 자식을 지키기위해 지나친 모성애를 보여주는 가해자의 엄마. 겁에 질린 나머지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가해자 1. 그저 자신을 떠난 엄마의 관심을 끌고자 살인을 저질렀던 가해자 2. 방관자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자의 입장으로 나섰던 학생.
소설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한정되어있는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도 확고했습니다. 확고한 만큼 보이는 단점은 어쩔 수 없더군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던겁니다.

모 책에서 말하길 살인이란 갑자기 찾아오는 망량 같은것이라는 대문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는 살인에 이유는 없다. 그저 살인을 정당화하기위해서 이유는 살인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죠.
근데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의 살인에는 이유가 너무 확고하지 않나요? 신문에서 이 소년은 이러이러한 가정에서 자라서 이러한 성장과정을 겪으며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라고 나온 기사를 읽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확고하지만 판에 박힌 소년범죄의 모습을 보여준 가해자 2의 장를 보면서 실망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가해자 1의 행동이 더 현실성이 있어보였습니다. 필터가 가려진것이 아닌 오로지 병에 대처하겠다는 그 행동들에 더 합리성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해자 2의 어중이떠중이 같은 애매한 이유보다는 믿고있었던 상대로부터의 배신감과 지독한 공포감으로 벌인 행동이, 수많은 말과 대사보다도 더욱 더 진실감이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의 경우에는 더 황당합니다. 자신은 어머니의 역할도 선생님의 역할도 버릴 수 없다.. 라고 이야기하면서 엔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적의는 대체 뭐란 말입니까? '그래.. 니가 그거 밖에 안되니까 내가 이렇게 했어' 라는 비웃는 듯한 그 모습은 첫 챕터와 너무 다른게 아닐까요.. 맨 처음 장이 선생님의 역할을. 마지막 장이 어머니의 역할을 맡는 그런 이야기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지키지 못합니다. 오로지 자신의 딸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복수하고 성인군자인척하는 이중적인 모습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전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에게 큰 위화감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밉다고.. 죽여버리고 싶다고 외치는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음습한 복수보다는 대놓고 화려하게 하는 복수극이 더 통쾌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수라는 일면에서 그녀는 성공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가 가해자에게 한 행동은 죽은 자신의 딸에게 가해자가 한 행동보다 더 극악하고 잔인합니다. 다른사람을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끌어들인 그녀야 말로 이 소설에 가장 큰 가해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해자 엄마의 장에서는 비뚤어진 모성애를, 방관자인 학생의 장에서는 나름 살인자를 우상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어설픈 보여주기식의 나열만 보였을뿐, 갑자기 드러나는 방관자 학생의 본 모습은 '뜨악'이라는 표현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정말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느낌입니다.

이 소설의 주제가 된 소년범죄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비관적인 입장입니다.
어리기때문에 용서된다라는 말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당장 주변의 십대들을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늦은 귀가로 인해 혼난 아이가 가출을 하고, 가출사유가 아버지가 성폭행을 해서 그랬다.. 라는 황당한 말을 하는 초등학생이 있습니다. 그저 강남에 살고 싶어서 부모님을 청탁살해하는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도 어리기때문에 용서한다라는 말이 용납되나요? 전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법이라는건 시대에 항상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걸 알지만, 소년범죄의 법은 뒤쳐져도 한참 뒤쳐졌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느끼는것이지만 소년범죄를 소재로 한 책을 읽을때마다 왜 이렇게까지밖에 못할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전 이 책이 마음에 안 듭니다. 소설자체로는 무척 괜찮은 책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보는 세상의 필터가 마음에 안 듭니다. 책에서 가해자는 저러한 삶을 살아왔기에 저런 생각을 가져도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아이를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 않는가?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거야말로 제일 잘 못된 생각이 아닐까요. 일반론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안이한 생각일 뿐입니다.
솔직히 기대를 많이 한 만큼 그 이상의 소설을 읽고 싶었습니다. 소년범죄라는 소재를 봤을때 기존에 읽었던 소년범죄를 다룬 소설과 많이 다른 새로운 소설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다룬 소년범죄는 생각이 얕았습니다. 보여주기에 치중한 얕은 소설이기에 더욱 더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책이 못썼다는건 절대 아닙니다. 소년범죄라는 소재를 가지고 각기 다른 인물들의 시점으로 사건을 바라보는것도 흥미로웠고, 각 장의 제목은 그만큼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대한 만큼 놀라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대단하다. 충격적인 엔딩! 이라는 문구에 눈이 찌푸려질 수 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맨 첫 장인 선생님으로서의 주인공의 이야기. 그리고 가해자 1의 폐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방관자의 필터가 있지않은 가장 솔직한 독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 추천을 한다면 추천도는 중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소년범죄를 다룬 책으로 추천한다면 전 아직까지도 '방황하는 칼날'을 추천할거 같습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통쾌한 맛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행로를 같이 따라가다보면 그 분노를, 덧없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백'은 잘 쓴 소설이지만 뒷맛이 너무 씁니다.. 선생님으로서의,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마지막이 너무 비겁하기때문입니다. 전 적어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번이라도 그녀가 딸을 생각하는 단 한 문구라도 있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딸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복수를 했습니다.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게 첫 작품이라 그런지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좀 더 작가가 소설 속에 들어가서 자신이 만든 소설속의 인물과 동화된다면 더 흡입력있는 작품이 나올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11/18 12:43 2009/11/1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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